지하철은 멈추지 않았다. 곧 뚝섬에 도착할 것이다. 차창을 통해 비쳐 들어온 밝은 햇살이 지하철 내부를 밝혔다. 진아 씨는 그에 눈을 가늘게 뜨며 민수 씨를 바라봤다. 민수 씨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진아 씨가 고개를 떨어뜨리자, 시선의 끝에 햇볕이 닿았다. 사람들의 신발 끝을 나란히 비추는 그 빛을 내려다보며, 진아 씨는 차라리 눈이 멀어버렸으면 좋...
[연애게시판] 남친이 매스큘리니스트입니다. 어느 게시판에 올릴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 가끔 저와 같은 고민을 올리는 분들을 봤던 것 같아, 여기다 올립니다. 최근 언론이나 SNS 등에서 매스큘리니스트, 매스큘리니즘 같은 근본을 알 수 없는 사상으로 인해 벌어진 사회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죠. 다른 이상한 남자들이 그러더라도, 내 남친은 안 그럴 거라...
나, 요즘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있어. 민수 씨가 입을 열었을 때 진아 씨는 캐러멜 팝콘을 먹고 있었다. 받은 지 몇 초도 되지 않은 팝콘은 캐러멜이 손가락에 묻을 정도로 따끈했고, 극장 내부는 어수선했으며 둘이서 영화를 보러오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민수 씨는 음료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콜라는 하나만 샀고, 무슨 영화를 볼지는 민...
짐은 얼마나 뺐는데? 진아 씨의 질문에, 아름 씨는 어제 저녁쯤 우체국에 가서 박스를 샀고, 오늘 새벽에 옆방 사람이 벽을 치며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지만 않았더라도 이미 짐을 다 정리했을 거라고 대답했다. 아침 일찍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짐을 다 빼지 못해 그럴 수가 없었다고 아름 씨는 덧붙였다. 그러니까 네가 좀 도와줘라, 밥은 사줄게. 진아 씨는 차마 ...
영원한 진아 씨의 적. 남동생은 영원한 진아 씨의 적이다. 네 살 터울이고, 남자답지 않게 공부를 잘한다. 그래 봐야 진아 씨보단 못했다. 남동생은 수학을 잘 못하니까. 수학은 진아 씨만의 특기였다. 초등학생이 될 때부터 수험생활이 끝날 때까지 줄곧 그랬고,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학만큼은 다 맞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진아 씨는 수학을 잘했다. 대신 남동생은...
그들은 지하철역 2번 출구 앞에서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제안은 영은 씨가 했다. 진아 씨는 그때 스무 살이었고, 영은 씨는 두 학번이나 위에 있는 선배였다. 미팅을 주선한 동기와 술자리에서 자주 만나던 선배라고 들었는데, 진아 씨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미팅에 참여하는 진아 씨의 다른 동기도 그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은 씨는 막 전역을 하고 ...
우연이었을 것이다. 셀 수 없는 우연이 불꽃놀이처럼 팡, 팡, 충돌하며 만들어진 것일 테다. 그러니 진아 씨는 틀렸다. 민수 씨는 생각했다. 진아 씨는 민수 씨와 자신이 만난 것은 모두 그 둘이 인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진아 씨가 민수 씨를 발견할 수 있던 거고, 그러면서 민수 씨에게 반했던 거고, 그렇기 때문에 민수 씨의 전화번호를 ...
새벽이었다. 영탁 씨는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가만히 누워 숨을 쉬었다.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던 민수 씨의 숨소리가 영탁 씨의 숨소리와 겹쳐 들렸다. 엇박자가 났지만, 오히려 조금 안정이 되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덜어졌다. 그런데도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영탁 씨가 경험한 끔찍한 기억들이 놀라울 만치 뿌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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